지나가고 있는 공. 중
공. 중에 못 하나가 하염없이 쳐다보며 죽은 살을 뜯는다 뭉쳐지지 않는 살을 손끝에서 굴려 당신의 얼굴을 써봤어요 두 번째 닿는 것처럼 차가웠어요 차가운 것은 사라지지 않지요 어둠에서 들러붙는 것처럼 허공을 갈아낸다 구멍은 없고 떨어지는 것은 이미 굳어진 것 허공마다 갈리는 소리가 다른 걸 알아요? 쌓이는 것은 얼굴 당신의 뜯어지지 않은 살 사이 이미 열 개 반의 허공 내가 먹고있어요 6단까지 올려 빠르게 갈아내면서 내일을 생각해요? 다 떨어졌는데도 처음이 없어져야 흩어지는 걸보면 웃겨요 흩어지는 건 간격을 몰라 순서대로 뒤집히는 것 같지만 정신차려 나의 방향으로 또는 당신의 방향에서 오른 발로 엇박자를 센다 허공이 터진다 벌어진다 허공은 못 끝으로 벌어진다 벌어져라 꾹꾹 누를 때 당신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먹어요 그러면서 공. 허. 공이 휘는 걸 봐요 펼쳐지기 전에 못 끝이 길어지고 짧아지고 예상할 수 없는 건 수 반복되는 열시 열한시 한시를 당신의 얼굴로 견디고 싶어요 말도 안돼 오른 발이 멈추질 않는다 자꾸만 허공이 터지고 못이 떠오르고 허공이 휘어지고 당신의 얼굴을 벗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못들이 쏟아질 때 내 옆에서 내 얼굴을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