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장이 필요합니다
안경을 닦으면서 창밖을 본다
어떤 얼룩에서부터 시작할까?
방 안에 들어온 사슴을 보고 있는 사람은 그림이었다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부풀려진 공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문장이었다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지라고 중력에게 애원하는 사람은 목소리였다 우리 앞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공중에 떠 있는 문장이었다 아니면 흰 옷을 입은 이미지였다 이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낙타는 영상이었다 목소리였다 포대처럼 날아가는 새들은 지워지는 그림이었다
그럼 흙 위에서 아직 녹지 않고 있는 눈은?
나는?
내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나는?
나는 사진에 찍혔다
눈은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구멍이었다 눈물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목소리가 토사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손을 잡았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나는 과장되었고 화환의 모양이 되었다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오던 차들은 모두
일정한 간격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바바바,마저 문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