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로부터
시작을 하고 싶은데
몸을 흙 속에 묻어야 할까요
물을 줄 때마다
흙 알갱이들은 사연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몸은 너무 느려서
돌이킬 수 없어서
바람이 이렇게 부는 날마저
썩을 수는 없어서
라고 말을 한 것 같아요
웅크린 몸으로
멀어지는 본능을 끌어당기고 싶었습니다
밤과 절벽과 행운을 끌어당기고 싶었습니다
대신 신과 시선을 만났습니다
조각들이 내는 소리를 모으면
절망의 절반과 같은 모습일까요
발작적인 웃음의 모습일까요
그것은 갑작스럽게 내 두발이 엄마의 몸에서
빠져나올 때 났던 소리와 비슷할까요
나와 동물
부서진 것들을 내려다보며
당신들은 괜찮은가요 전율하나요
나는 불안만큼 많아지고 있나요
흩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발을 숨긴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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