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옷을 입은 것처럼
물속으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젖은 옷을 여러 겹 껴입은 것처럼
등 뒤에 목소리가 붙어 있었다
잠깐이라도 나는 물이었나요?
물속에서 숨을 참으면
나는 나한테서 멀어졌다
어디와도 가까워지지 않으면서
어디와도 멀어졌다
비의 형상으로 오는 것들을 상상했다
심각하지 않은 그것들을 사랑했다
물기는 쉽게 말랐다
나는 점점 나타났다
나를 봤나요?
나를 들었나요?
나는 쉽게 나타났지만
후드득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물기 어린 목소리가 아니라면
진짜 궁금했던 게 아니라는 듯이
계속 물속으로 들어갔다
<     >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