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면 사랑할게
비가 오고
해는 물러났다
세차게 흔들리는 얼굴
정중앙을 타격하고 싶었는데
한쪽이 계속 길어졌고
추위가 극에 달했다
굵어지는 빗줄기를 모아
불을 피우고 싶었지만
비가 타고 남은 재를 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입김이 재처럼 피어올랐다
비가 타고 남은 재를 보고 싶어
방금 한 말이 곧바로 타들어간 것처럼
입김은 소리가 없었다
사라지면 사랑할게
마주잡았던 손을 놓았다
추워서
말이 되지 못한 기침처럼
바닥에 더 많은 비가 모여 있었다
얼룩 같은 얼굴을 하고
빈주먹을 쥐었다 폈다
빗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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